본문 바로가기
책/2025

대도시의 사랑법(2019)

by 방황하는물고기 2025. 3. 1.

 

[우울하고 명랑한 게이]

주인공인 영은 취업 준비에 골머리를 앓고, 사랑하기도 하고 헤어지기도 하고, 가족 문제로 마음 아파한다. 주변에서 쉽게 찾을 수 있는 청년이다. 다른점이 있다면 동성애자라는 점? 엄마가 암에 걸렸다거나, 친구와 오랫동안 같이 살았다거나 하는 사실들은 흔치 않지만 특이하진 않다. 하지만 동성애자의 입장에서 청년의 일상을 그린 책은 많지 않다. 내가 봤던 퀴어 작품들은 지나치게 심각하거나 현실과 동떨어지게 밝았다. 이 책은 우울하면서 명랑하다. 그래서 더 사람스럽다. 

 

[나와 다르지 않다]

엄마와의 애틋한 애증의 감정을 표현하는 장면은 눈물이 났다. 그만큼 영의 삶은 나와 많이 다르지 않다. 다른 퀴어책이 정체성의 혼란에 초점을 둔다면, 대도시의 사랑법은 퀴어의 삶도 나와 별로 다를게 없다는 공감을 일으킨다. 둘 모두 그들의 삶에 대한 이해를 높여준다. 하지만 대도시의 사랑법은 그들과 나와 동일시시켜준다.

 

책의 마지막은 특별한 하이라이트나 극적 전환 없이 그저 영이 전 애인 규호를 그리워하면서 끝이 난다. 지극히 현실적이다. 언제나 원하는 것을 모두 가질 수 없다. 영은 소설속 캐릭터가 아니라 내 주변에 존재하는 사람이라는 것이 느껴졌다. 

 

[독특한 캐릭터]

이 책은 친구, 가족, 사랑을 모두 다루고 있다. 하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핵심이 되는 주제는 사랑이다. 영은 다양한 남자를 만난다. 그 중에서도 가장 인상깊은 인물은 '우럭한점 우주의 맛'의 남자다. 190cm의 장신에 해진 옷을 입고 철학서를 편집하는 가난한 남자. 독특한 캐릭터라 그들의 관계를 읽어가는 로맨스적 재미도 있었다. 독자를 몰입시키려면 전형적이지 않고 독특한 캐릭터가 중요한 것 같다.

 

' > 2025' 카테고리의 다른 글

자유의지(2021)  (1) 2025.05.06
작별하지 않는다(2021)  (0) 2025.04.27
폭염살인(2024)  (3) 2025.04.17
남에게보여주려고 인생을 낭비하지 마라:쇼펜하우어 소품집(2023)  (0) 2025.02.12
도둑맞은 집중력(2023)  (0) 2025.01.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