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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2025

남에게보여주려고 인생을 낭비하지 마라:쇼펜하우어 소품집(2023)

by 방황하는물고기 2025. 2. 12.


[예민한 행복 전도사 쇼펜하우어]
쇼펜하우어는 행복론을 자주 언급한다. 행복론이란 인생을 되도록이면 즐겁고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는 기술이다.
인생의 자산은 세 가지다. 인격으로 대표되는 본질, 재산인 소유물, 타인에게 비쳐지는 외면. 쇼펜하우어는 단연코 ‘본질’을 행복을 위한 최우선 자산으로 여긴다.
건강이 가장 중요하다. 쇼펜하우어는 ‘하루 두시간씩 격한 운동을 하고 냉욕을 하며 적절한 식이요법을 병행(p.32)’하라고 하며, ’행복해서 웃는게 아니라 웃어서 행복한것(p.31)’이라 한다.

[고통과 지루함]
인간의 행복에 방해가 되는 요소는 고통과 지루함이다. 일이 많을 땐 많다고 힘들어하고, 일이 없을 땐 없다고 우울해지는 사람들을 생각해보면 정확한 포인트다. 쇼펜하우어는 지루함이 인간의 행복을 해치는 걸 유독 걱정하는데, 1800년대에는 놀거리가 기껏해야 성행위와 카드놀이밖에 없었을 걸 생각하면 이해가 간다. 당시 일반인은 지루함을 달래는 것을 어려워하지만, 천재들은 ‘아무 방해 없이 제 생각과 일에 몰두하고 고독을 기꺼워하며 자유로운 여가를 최고의 자산으로 여긴다.(p.59)’. 이런 지루함을 물질적 향락으로 채우면 한계가 있는 반면, 정신적 향락으로 채우면 완전하다. 그래서 우리는 정신적 향락을 추구해야 하고 속물근성을 피해야 한다.

하지만 고통을 피하기 위해 생존에 필요한 자산을 축적하는 것또한 중요하다. 오히려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 왜냐하면 ’재산만 있으면 인간의 삶에 수반되는 곤궁과 괴로움 같은, 인간이 짊어져야 할 노동에서 해방될 수 있다. 그리고 돈과 무관한 지적 일에 애정을 쏟을 수가 있다. (p.78)’ 극단적인 소유물의 절제보다는 어느정도는 속세와 타협하는 모습을 보여서 재밌었다.

[명예에 집착하지 말라]
이 책을 집게 만든 이름이다. ‘남에게 보여주려고 인생을 낭비하지 마.’ 남을 신경쓰지 말라는 건 흔한 조언인데, 그 이유가 흥미롭다. ‘인간의 행복은 대부분 마음의 평안과 만족에 기반을 두고 있으므로 명예욕이라는 원동력을 합리적으로 정당화할 수 있는 수준으로 제한하고 낮춰야 한다.(p.94)’ 즉, 명예욕 쫓는 건 스트레스 많이 받으니 네 마음의 평안을 위해 적당히 하라는 거다.

언젠가 한 번 발길질을 당하고도 참는 소크라테스에게 사람들은 이렇게 말했다. ’저 사람이 당신을 모욕하고 비난하지 않습니까?‘ 그러자 소크라테스가 답했다. ’아니다. 저자의 말은 나와 아무런 상관이 없다.‘ (p.128)



[고통을 피하라]
행복론이라는 명칭 자체는 ‘덜 불행하게’ 살아가라는 의미도 된다. ‘고통의 위험을 안고 향락을 가지는 건 위험하다. 이에 반해 고통을 피하고자 쾌락을 희생하면 이익을 본다. (p.182)’ 여기서 약간은 염세주의자적인 모습이 보인다. 어떻게 보면 좋은게 좋은거라는 안분지족 마음가짐이다.

너무 불행해지지 않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자신에게 아주 행복해지라고 요구하지 않는 일이다. (p.186)



[고독을 사랑하라]
‘인간이 자신의 본래 모습 그대로 있을 때는 홀로 있을 때뿐이다. 따라서 고독을 사랑하지 않는 자는 자유도 사랑하지 않는다. 인간은 혼자 있을 떄에만 자유롭기 때문이다.(p.207)’ ’외로움이야 말로 행복과 내면의 평정을 가져오는 원천이기 때문이다(p.210)’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라는 걸 절대적으로 외면하는 태도는 공감하기 힘들었다. 쇼펜하우어도 언급했듯이 평범한 인간은 사교적이고 순응적이다. 하지만 내면의 힘이 없이 외부의 원동력에 따라서만 움직이면 지루함을 효과적으로 다룰 수 없다. ‘지루함 때문에 생기는 충동을 체계적으로 그리고 더 나은 방안으로 만족시키려면 무언가를 ‘한다’는 관점이 중요하다. (p.241)’

쇼펜하우어의 충고를 모두 받아들이기는 어렵다. 예를 들면 ‘타인을 비난하는 건 자기 스스로 나아지려고 노력하는 사람이다. 관대한 사람은 이와 정반대로, 이 정도는 용서받고 그 보답으로 타인을 용서하자고 생각한다.(p.274)‘ 나는 후자가 더 올바르고 행복한 방향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유튜버 찰스엔터의 긍정적 태도도 나에게 관대한 마음에서 나온다고 하지 않던가. 하지만 전반적으로 과학적으로 증명된 사실 -건강을 위해서는 적절한 수면이 중요하다든지, 인간의 본성은 감각에 의존한다든지- 을 직관적으로 파악하는 능력이나 행복론의 입장에서 고통과 지루함을 피하는 방법을 토대로 인생론을 전개하는건 논리적이고 설득적이다.

개인적으로 쇼펜하우어는 남 신경을 너무 많이 써서 오히려 자기 자신에게 주문 외우듯이 냉정해지려고 노력하는 사람 같았다.

마지막으로 획기적이었던 묘사를 두 개 남겨본다.

호감을 얻고 싶다면 가장 어리석은 동물의 가죽을 입어라. 이러한 관점에서 인간에게 결정적인 우월함을 남 앞에 보이는 행위는 아주 대담한 일이다. (p.280)

예의는 계산용 모조 화폐와 같은 명확한 가짜 동전이다. 이런 가짜 돈을 아끼는 행위는 몰상식의 증거이며 이것을 아낌없이 주는 일은 지성을 증명한다. 이에 반해 실제 이익을 희생할 정도로 예의를 차리는 사람은 가짜 동전 대신 진짜 금화를 주는거나 다름없다. (p.2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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