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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2025

편안함의 습격(2025) 리뷰 ⭐️⭐️⭐️.⭐️

by 방황하는물고기 2025. 11. 21.


[지루하고 고통받는 삶을 지향하라]
쇼펜하우어는 삶이란 고통과 지루함과의 싸움이라고 말했다. 귀족은 노동의 고통이 없지만 지루함을 견뎌야 했고, 서민은 지루할 틈이 없는 삶 속에서 육체적, 정신적 노동의 고통을 이겨내야 했다.
하지만 지루하지도, 고통받지도 않는 삶이 현대에는 가능하다. 지루함은 도파민을 자극하는 콘텐츠와 달콤한 가공식품으로, 고통은 진통제와 최소한의 사회 복지로 해결된다.

이 책은 저자가 33일간 알래스카 오지에서 순록 사냥을 떠난 경험을 메인으로 지루와 고통이 주는 강점을 여러 학술적 근거를 들며 주창한다. 과학책이라고 생각했는데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교훈을 설파하는 자기계발서에 가까웠다. 작가가 전달하고 싶은 주장의 근거를 신경과학, 운동생리학, 불교등에서 적당히 고른다. 알래스카에서의 경험기는 흥미진진하고 몰입감 넘친다. 서술과 묘사는 좋지만 과학적 근거를 들때는 선사시대의 생활 방식이 그랬으니 우리도 그럴것이라는 비약적 논리 구조를 보인다. 내용은 좋지만 과학적 근거의 깊이가 아쉬워서 별을 1.5개 뺐다.

[사냥의 도덕적 의미-죽음을 생각하라]
사냥은 비도덕적이고 야만적이라고 생각했다. 죄 없는 생물을 죽이는 일을 취미로 즐기는 사람들은 용납 가능한 범위에 없었다. 하지만 사실 우리가 오늘 저녁 햄버거를 먹기로 결심했다면 동물을 사냥한 것과 다름없다. 사냥은 오히려 자신의 죄를 직면하는 도덕적인 행위일 수 있다. 사냥한 고기를 꼭 섭취한다는 가정 하에서는 말이다. 가끔 일본 만화에서 닭이나 소를 키워 잡아먹는 교육을 비꼬듯이 표현하고는 한다. 생명의 소중함을 알려준답시고 트라우마를 유발하는 잔인한 짓이라는 측면에서다. 사냥 일대기를 생생하게 읽고 보니 자신의 살상에 대한 책임감을 수반시켜주는 교육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런 교육을 비꼬는건 거북함을 외면하고 회피하는 자기위로나 다름 없다.

”인간이 사용하기 위해 동물의 생명을 빼앗는 데 대해 도덕적으로나 윤리적으로 반감을 가진 사람이라면, 생선 가게나 도축장에서 다른 사람이 나 대신 동물을 죽여주길 요구할 것이 아니라 스스로 열성적인 채식주의자가 되는 편이 논리적으로 옳고,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이런 결정을 내리고 있다.” -지미 카터 전 대통령 (p.286)

저자와 함께 사냥을 떠난 사냥꾼들은 나름의 원칙이 있다. 생태계에 그나마 방해가 되는 늙은 수컷만 사냥한다. 나름의 도덕적 잣대를 가지고 있다.

“내가 먹을 고기를 내가 직접 잡는다는 개념, 나의 음식을 위해 분투하는 것, 그 음식이 어디로부터 오는지를 아는 것, 사냥은 분명히 이런 것을 가르쳐줄 것이고, 모든 고기에 대해 감사함을 느끼도록 만들어줄 겁니다. (p.326) - 순간순간이 마음을 무겁게 하죠. 만일 이런 느낌이 사라지는 때가 온다면 나는 사냥을 그만둘 겁니다. (p.330)”


[운동하자!]

홀로 있을 수 있는 능력은 근본적으로 자기 자신과 함께 있으면서 불편함을 느끼거나 주의가 산만해지지 않는 능력이다 (p.129)


지루함을 즐기고 내면을 성찰하는 능력. 1800년대부터 그 중요성을 모두가 외치고 있다.
쇼펜하우어는 “일반인은 지루함을 달래는 것을 어려워하지만, 천재들은 ‘아무 방해 없이 제 생각과 일에 몰두하고 고독을 기꺼워하며 자유로운 여가를 최고의 자산으로 여긴다.‘“

몇 년 전에 창의력이 떨어지는 느낌을 받았다. 만화 아이디어가 잘 안 떠올랐다. 나이탓을 했다. 이 책을 읽고 생각해보니 나이와 상관 없이 지루함의 결핍이 창의력 저하로 이어진 것 같다. 지루함은 창의력의 원천이다. 작가도 핸드폰 없이 33일간 알래스카에 있으면서 기사 아이디어를 수첩에 무진장 끄적였다고 했다.

이 책을 읽고 나면 운동이 마구 하고 싶어진다. 티비를 보며 고통에서 눈을 돌린채 달리는 것 말고 고요함 속에서 나 자신에게 집중하는 운동말이다. 운동은 혼자서 지루와 고통을 이겨내야만하는 대표적인 활동이다. 창출되는 호르몬의 효과도 확실하다. 네테로는 지루함을 이기려 정권 찌르기를 만 번하고 세계관 최강자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