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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2026

사탄탱고(1985) 책 리뷰 ⭐️⭐️⭐️⭐️⭐️

by 방황하는물고기 2026. 6. 22.



이 책이 아니였다면 헝가리의 역사에 관심을 가지기나 했을까? 책의 위대함이다.

이 책은 1980년대 헝가리의 집단농장 마을을 배경으로 한다. 공산주의는 실패했고 마을은 황폐한 빈민촌이나 다름없다.
마을 주민들은 술과 성관계에 빠져 하루하루를 보낸다. 이렇다할 희망도 없고 삶이 더 나아질거라는 기대도 없다.

그러던 중 마을에 소문이 돈다. ‘이리미아시’가 돌아온다고. 그 이름을 들은 어떤 주민들은 다시 미래를 꿈꾸고 어떤 주민들은 사기꾼이라며 분노한다.
책을 보는 내내 그가 악인인지, 선인인지 모르겠어서 마음을 졸였다.
장애가 있는 소녀 에슈티케는 어른들의 보호나 교육을 받지 못하고 방치돼 살다가 자살한다.
공교롭게도 그 날 마을 주민들은 술독에 빠져 널부러져있었고 이리미아시는 마을로 돌아왔다.

그는 마을 사람들에게 소녀의 죽음에 대한 책임을 일깨우는 일장 연설을 한다. 주민들은 죄책감과 더불어 그의 카리스마에 1년동안 일한 연봉을 그대로 봉납한다.
하지만 그는 공산당 정부가 심은 스파이였고 마을 주민들의 삶을 개선하는 것보다는 본인의 개인적인 과업에 더 관심이 많다. 마을 주민들은 그에게 이용당했을 뿐이다.

작품 자체가 사탄에게 홀린 듯 읽게 되는 매력이 있다.
에슈티케의 자살과 주민들이 이리미아시를 믿고 모든 걸 등지고 마을을 떠난 밤 각자의 악몽을 꾸는 부분이 가장 인상깊다.
그 꿈들은 문장부호 없이 이어지고 어떤 대화 없이 간단한 상황 설명만으로 이어진다. 사람들의 유약한 부분들을 칼로 헤집듯이 드러내는 그 묘사.
겉으로는 강한척 하던 사람들도 실제로는 무르기 그지 없다. 에슈티케와 다른 점은 그저 나이가 들어서 본인을 숨길 줄 안다는 점 뿐이다.

작품 자체는 탈출구가 없는 절망이다. 그리고 그 고통이 생생하게 느껴진다.
비관과 우울함을 표방하는 책일까 생각하다가, 작품에 대해 찾아보면 볼 수록 오히려 애정에 관한 책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농민, 공산주의 체제에서 고통받던 배우지 못한 하층민에 대한 애정 말이다.
어떤 우월감이나 시혜적인 시선이 아닌 그냥 그들의 삶 그 자체를 묘사하고 공감한다.
절망적인 상황에서 무자비한 희망을 주지 않는다. 그것이 현실이고 그들의 삶이다.

헝가리의 민주화가 1989년에 이루어졌으니 공산주의 체재에 출판된 책인데 출판이 용인된 것도 신기하다.
다만 영화 제작은 1985년부터 시도했으나 부다페스트 정부에 제재를 받았다고 하니 순탄하게 세상에 나온 책은 아닐 듯 하다.

무려 7시간짜리 영화도 보고싶어졌다. 유튜브에 있는 25분짜리만 봤다. 책은 추상적이고 내면적이라면 영화는 생생한 실제감과 묘사가 느껴진다. 다른 매력이다.
한국에서 재개봉 하게되면 꼭 가야지.

그리고 이 책의 출판사인 알마 출판사는 라슬로의 작품을 한국에서 유일하게 출판했다. 노벨문학상이 2025년에 탔고, 출판은 2018년부터 시작했으니 7년의 존버다.
독어와 영문판을 다시 우리말로 옮긴 중번역을 했다고 한다. 헝가리어를 할 줄 아는 사람을 찾기도 힘들텐데, 엄청난 노력이다.
사탄탱고 영화에 감명받아 한국에도 소개할 생각을 하게 됐다고 하니 자신이 애정하는 게 금전적으로도 보상받을 때의 성취감이 대단할 것 같다.

출판사 정보 출처: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3728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