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표지와 제목이 너무 비장하고 결연해서 구매하게 된 작품.
이후 작가의 말을 읽어보니 제목 때문에 출판사와 마찰이 있었다고 한다.
출판사는 이렇게 긴 이름의 책은 사람들이 원하지 않을거라고 했다. 그런데 나같은 사람은 꼬셨다. 멋진 제목이다.
이 작품은 폴란드의 외딴 고원을 배경으로 한다.
도시 사람들이 가끔 머물다 가는 별장 외에 거주민이라고 할 사람은 점성술에 미친 여자 주인공 두셰이코, 음침한 사냥지기 왕발, 무뚝뚝하고 말이 없는 괴짜 세 명 뿐이다.
그 중 왕발이 시체로 발견되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그는 사냥한 사슴을 요리해먹던 와중에 사슴 뼈가 목에 걸려 질식사했다.
맘에 들지 않던 이웃이지만 두셰이코와 괴짜는 성심성의껏 그의 장례를 해준다. 두셰이코는 그의 집에서 한 장의 사진을 발견하고 충격에 빠진다. 그리고 분노에 휩싸인다.
해프닝인 줄 알았던 살인은 계속된다.
경찰서장, 여우농장 주인, 사냥 협회의 회장…
모두 동물 사냥과 관련된 인물들이다.
동물들이 복수 살인을 하고 있다는 두셰이코의 미친 주장이 점점 믿기기 시작한다.
동물들이 자신을 사냥하던 인간들에게 복수를 하고 있는 것일까?
이 책은 표면적으로 살인 미스터리의 형식을 띄고 있다. 하지만 일반적인 추리소설의 장르적 전형을 따르지 않는다.
범인과 그 뒤에 숨겨진 동기를 반전으로 밝히는 건 부가적인 요소에 가깝다. 살인이 시작되는 초반부터 두셰이코는 충분히 의심스럽다.
두셰이코의 분노는 초반부터 확실히 드러난다. 하지만 그녀의 장황한 점성학 이론과 정신 없는 생각들에 휩싸이다보면 어느새 독자도 그 분노를 잊어버린다.
작품에 등장하는 대부분의 인물이 두셰이코를 무시하고 조롱하는 것처럼 독자도 그녀의 분노를 무시하게 되는 것이다.
책은 추리물의 외피를 하고 사회적인 메시지를 전달한다. 일명 ’모럴 스릴러‘이다.
동물을 죽이는 사회는 사람도 죽인다. 동물을 기르는 사람들의 감수성이 더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처럼, 나보다 약한 사람에게 공감을 하지 못하는 세상은 결국 모두에게 칼을 겨눈다.
유희를 위한 사냥은 일반인이 듣기에도 거부감이 느껴지는 살생 행위다. 영양 섭취를 위한 자연의 섭리라는 사실 같은 궤다. 순간의 쾌락을 위해 무의미한 살생을 한다. 조금 더 맛있게, 조금 더 편하게…
두셰이코가 부끄러운 줄 알라며 비난하는 손가락이 나를 향해 있는 것 같아 마음이 뜨끔했다.
책 속에 등장하는 사냥꾼 사제 연설은 소름돋고 이중적이다.
약자를 지키고 사랑을 설파해야하는 신부가 뻔뻔하게 신을 등에 업고 사냥을 옹호한다.
자연을 보살피는 사명을 부여받아서 사냥을 한다는 터무니없는 말을 마을 사람들은 받아들인다.
그 자리에서 유일한 정상인은 노망난 늙은이로 취급받는 두셰이코밖에 없어보인다. 오히려.
소름돋게도 작품에 나오는 신부의 설교는 ‘사냥꾼의 수호 신부들이 작성한 실제 강론을 바탕으로 했다고 한다.
책의 첫 장을 넘기면 특이하게도 몇 몇 단어들만 굵게 표시돼있다. 원문에서는 대문자였다고 하는데, 한국어판에서는 굵기로 강조됐다.
작가에 따르면 이러한 표기를 통해 사회에서 무시받는 두셰이코-약자-가 강조하고 싶은 어휘를 독자에게 전달하고 싶었다고 한다.
인간, 동물, 식물, 밤, 땅거미, 고원, 증세, 분노, 두려움, 이론, 도구, 형벌
그녀의 복수가 동물의 죽음을 막을 수는 없을 것이다. 인간의 살생에 있는 아주 작은 걸림돌에 불과하다.
작가가 우리에게 던지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언제까지 죽일 것인가?
갑자기 눈물이 쏟아졌다…. 저들은 앞으로 어떻게 될까?저 아이들은 어떻게 삶을 헤쳐나갈까?
내가 인생에서 거둬들인 수확물은 건축 자재가 아니다. 나의 시대에도, 또 다른 시대에도 그것은 별 쓸모가 없다.
하지만 우리는 왜 꼭 유용한 존재여야만 하는가, 대체 누군가에게, 또 무엇에 유용해야 하는가? (p.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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