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매정하게 굴어라. 이기적으로 살아라. 싸이코패스가 승진한다.
인간의 잔인성을 생존의 필수로 여기는 인식은 팽배해있고 당연하다. 다정함이란 인간의 본성을 억누른 의식적인 행위이다.
이 책은 그 질문에 반기를 던진다. 다정한 것은 인류의 본성이며 호모 사피엔스의 생존법이기도 하다.
우리의 무르게 열린 부분들은 약점이 아니다. '정이 많다‘는 욕이 아니다. 살아남기 위해 가져야할 자세다.
우리는 태어나는 순간부터 눈맞춤에 의존하고 살아간다. 말을 할 줄 모르는 갓난 아기때부터 어른들의 눈짓과 손짓을 따라간다.
우리가 유독 사소한 손짓과 눈짓, 오해의 소지가 많은 사소한 행동에도 예민한 이유는 인간은 타인의 마음을 잘 읽기 때문이다. 인간의 하얀 공막은 다른 동물에는 없는 특성이다. 자연에서는 내가 어디를 바라보고 있는지 모르게 하는게 생존에 유리하다. 하지만 우리는 다른 사람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궁금해하면서 일생을 살아간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행복하다고 느낄 때 행복은 더 달콤해지고, 죽은 누군가가 나를 자랑스럽게 여기리라고 믿는다면 슬픔은 더 견딜만한 것이 된다. 동시에 타인의 마음을 읽는 능력은 고통의 원천이 되기도 한다.
인간의 인지력은 감정에 예민한 종이기에 발전했고, 의사소통 능력의 개발로 까지 이어졌다는 파격적인 가설을 제시하기도 한다. 물론 몇 가지 과학적 근거들과 함께다.
우리가 가지고 있는 특성들은 ‘친화력 선택의 부산물’일 수도 있다. 세로토닌, 테스토스테론, 옥시토신 같은 호르몬들을 그 예시로 든다.
옥시토신은 우리의 공감능력을 향상시킨다. 공감능력이 왜 필요할까? 그건 우리의 친화력을 증진시켜 생존 가능성을 높여주기 때문이다.
그러면 애초에 왜 우리는 친화적이게 됐냐는 질문을 던져보자. 작가는 그 답이 ‘가축화’ 라고 한다. 친화력은 가축화된 동물들에게서 흔히 나타나는 특성이다. 대표적인 예시로 개를 떠올리면 된다. 눈짓과 손짓을 이해하는 동물은 많이 없다. 저자는 인간과 가장 유사하다는 침팬지에게 손짓을 이해하는지에 대한 실험을 했다. 침팬지는 그다지 이해하는 모습을 보지 않았다. 그런데 강아지는 달랐다. 강아지는 주인의 손짓을 이해한다. 우리집 강아지만 봐도 내 손가락을 따라간다.

가축화된 동물이 생존에 유익하다는 가설은 언뜻 타당하게 들린다. 개는 번영했고 늑대는 자연보호 구역에 머문다. 하지만 누구보다 친화적인 보노보를 보자. 보노보는 히피 원숭이로 불릴만큼 친화적인 동물이다. 하지만 특유의 약한 공격성때문에 자연에서 많이 번식하지 못했다. 공격을 하면 하는대로 당하니 어떻게 살아남을 수 있겠는가. 이런걸 보면 친화력이 생존의 최우선은 아니지 않나? 라는 반감이 든다.
작가는 이 반론에 ‘자제력’을 언급한다. 인간은 싫지만 좋은 척, 좋지만 싫은 척을 할 수 있는 이상한 동물이다. 작가는 이 자제력과 감정조정능력이 결합되어 인간 특유의 사회적 인지능력을 만들어낼 수 있었다고 본다. 그것이 친화적인 인간은 살아남고 친화적인 보노보는 살아남지 못한 이유다. 이런 걸 보면 항상 ass sucking하고 살라는 건가 싶어 마음이 답답했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자발적으로, 아무런 고통 없이 나를 지켜줄 수 있는 사람에게 친화적으로 구는 것은 매력이고 재능이다. 보노보는 성적 행동을 통해 갈등을 중재한다. 섹스 어필이 친화력의 하나인 것이다. 그런 행동이 생존에 유리한 것은 맞으니 마인드셋을 바꾸면 편해질 것이다.
인간은 아주 관용적이면서 동시에 매우 잔인한 종이다. 우리 편이 아닌 외부인에게는 공감하지 않기 때문이다.
한 집단 사람들에 대한 부정적 감정은 ‘편견’이다. 친화력이 인간의 본성인 이상 편견도 인간의 본성이다.
편견과 같은 ‘부정적 감정‘ 보다 더 무서운 것은 외부 집단에 대한 공감 부족이다. 그들을 인간으로 보지 않게 되면 온갖 극악무도한 일이 벌어진다.

과거 사람들은 흑인의 외형을 유인원에 더 가깝다고 보았다. 이는 자연스럽게 그들을 인간으로 보지 않을 수 있는 당위성을 획득했고 온갖 잔혹한 일을 저질렀다.
원주민들을 모아 박물관에 발가벗기고 전시시켰다. 그들은 인간이 아니고 진화가 덜 된 동물이니까. 이런 유인원화는 편견보다도 더 인종간 격차를 벌려놓았다.
우리는 기본적으로 같은 집단 정체성을 가진 사람들에게 끌리도록 태어났지만, 무엇이 이 정체성을 구성하는지는 사회적 인식에 따라서 탄력적으로 바뀔 수 있다. (p.161)
작가는 희망적인 시선을 놓치 않는다. 과거 유대인을 도와줬던 비유대인을 조사한 결과 그들의 성격적 특성보다도 더 중요한 것은 그들에게 유대인 친구나 지인이 있었는지의 여부였다.
집단에 속한 사람들이 서로에게 위협을 느낄 떄 양쪽 집단 모두 어두운 면을 드러내게 된다. 서로에게 위협이 되지 않는다는 걸 강조하는 사회 분위기가 필요하다.
대부분 정책은 태도의 변화가 행동의 변화를 가져오리라는 가정을 전제로 설계된다. 하지만 집단 간 갈등의 경우에는 접촉의 형태로 이루어지는 행동의 변화가 태도의 변화를 가져올 것이다. (p.260)
접촉에서 가능한 눈맞춤은 유대와 협력적 의사소통, 그리고 옥시토신을 증진시킨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어쩌면 비대면 미팅보다 대면 미팅이 훨씬 효과적인 이유도 이 눈맞춤의 여부인지도 모르겠다.
접촉이 불가하다면 가상의 인물도 괜찮다. ’톰 아저씨의 오두막‘이나 ’앵무새 죽이기‘처럼 스토리를 통해서도 공감이 가능하고 사고가 변한다.
또한 마지막에는 정치적인 제언을 내비치기도 한다. 처음에는 인간에 잔혹성을 경계하자는 비판적인 결론을 내는 초안을 작성했다가 트럼프 당선을 보고 ‘무엇이라도 해야한다는 사명감’이 들었다고 한다.
2년의 시간을 투자해 초고를 절반 넘게 잘라내고 책의 결론을 희망적으로 재편했다. 좋은 본성을 발전시키고 안 좋은 본성을 교육하기, 우리에게 남은 과제다.
이 책은 폭력 시위가 평화 시위보다 낫다고도 한다. 하지만 아직은 때로 과격하고 폭력적인 행동이 변화를 더 빨리 가져오지 않을까?하는 비판적인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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