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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2024

우아하고 호쾌한 여자축구(2018)

by 방황하는물고기 2024. 5. 22.




영화 <파이트클럽>을 보고 피어난 로망이 있다. 서로 몸을 부딪히며 하는 집단 스포츠를 하는 것이다.
현대 사회는 성적인 목적 이외의 스킨쉽이 부족하다. 서로 살이 맞닿을 때 느낄 수 있는 유대감, 접촉으로 벌어지는 일차원적인 갈등은 사라졌다.
그러나 스포츠에서만은 이 모든 것이 격렬하게 살아 움직인다.

대부분의 집단 스포츠가 그렇겠지만, 축구 역시 삶의 복제판이다.
단순한 룰의 스포츠 아래에서도 수많은 인간간의 상호작용이 필요하다.

축구 경력과 실력이 권위를 부여한다. 팀은 승리를 위해 경기를 플레이한다.
하지만 동시에 조화력이 높은 사람이 팀을 완성한다. 팀은 팀원을 위해 승리를 포기한다.
같은 신념을 지닌 자들이 정의를 구현하고, 어제의 적이 오늘의 친구가 되는 화합을 이룬다.

이런 스포츠의 세계는 흔히 남자들 사이에서만 존재한다. 여자들 사이에서는 어제 그 경기 봤냐는 말이 쉽게 나오지 않는다.
여자들은 사회적인 교육, 혹은 심미적인 이유로 몸을 부딪히는 스포츠를 꺼린다.
대다수의 여성들에게 스포츠를 직접 참여할 기회는 흔치 않다.

‘야, 너희 내가 그냥 보통 식당 이모인줄 알겠지만 알고 보면 나 축구하는 여자다 이거야!’ (249쪽)


‘축구하는 여자’가 함축하는 바는, 이 모든 것들을 경험해 본 여성의 세계를 가진 자라는 것이다.

그 날 이후 회사나 일상에서 맨스플레인하려 드는 남자들을 볼 때마다 주장의 슛이 떠올랐다. (60쪽)


상대방이 나를 불쾌하게 했을 때 바로 반박하는 것은 상스럽다. 무릇 현대인이라면 상대방의 저급함에도 웃는 얼굴로 상대해야 한다.
반박했다 치더라도 그것이 나의 승리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별 거 아닌 일에 화낸 사람이 될 뿐이다.
하지만 스포츠에서는 그것이 정의이고 정도이다. 나는 이런 기분을 얼마나 자주 느껴볼 수 있을까? 아니, 살면서 느껴볼 일이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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