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가 매우 길다. 156분이다.
작품 초반부터 반공 척결 포스터를 강조하듯이 보여준다. 작품의 배경은 정부 통제 하에 빨갱이를 숙청하던 80년대 한국인 듯 하다.
정체불명의 물체가 마을을 쑥대밭으로 만들기 시작하고, 경찰과 마을 주민들은 그 물체를 잡으려 혈안이지만 관객에게는 1시간동안 절대 그 물체가 무엇인지 보여주지 않는다.
대낮의 배경에 마을 배경 세트는 의도한듯이 인위적이고 평면적이다. 마치 연극 무대를 보는 듯 하다.
괴물이 있다고는 하는데 뭔지를 모르니 답답하다. 한 순경은 '얼굴도 좆같이 생겨서'라거나 '아무리 그래도 범법 행위를 하면 안되죠' 라며 괴물이 저지른 일보다 행동거지로 비난의 화살을 돌린다.
관객이 보기에 마을을 파괴하고 주민을 죽이고 있는 건 경찰과 총을 든 사람들이다. 유머로 소비했지만 정육점 주인의 가슴에 총을 쏜 것도 경찰, 그걸 무마하려는 것도 경찰이다.
이런 모습을 보고 있자니 실체가 없는 적을 억지로 만들어내 마을을 쑥대밭으로 만들어 내는 공권력을 풍자한 부조리극이 아닌가 싶다.

끝내 괴물을 잡고 그 시체를 해부하는 씬에서도 의사는 말한다. "참 인간과 비슷하네... 근데 인간은 아니야"
아무리 봐도 인간과 비슷하기에 전기톱으로 잔인하게 도륙하여 끝내 인간과 다른 장기를 찾아낸다.
인간으로 보기를 거부하는 건 그들인 것 같다.

좋은 영화다. '고도를 기다리며'나 '코뿔소'와 같은 부당한 현실을 다룬 연극 무대를 스크린으로 옮긴 것 같다.
그런데 갑자기 숲 속 추격씬으로 넘어가면서 분위기는 반전된다. 조인성과 크리처들간의 액션씬이 또 한 시간 정도 이어진다.

멋있긴 한데.. 이렇게 까지 보여줄 필요가 있었냐는 생각이 든다.
내가 만족했던 건 초반의 부조리극이었는데 갑자기 분위기가 SF 블록버스터로 넘어가니 당황스럽다.
거기서 의미를 찾기도 어렵다. 코즈믹 호러 수준의 생명체가 인류를 위협할 때의 불안함과 액션씬에 집중된다.
끝나고 나니 당황스러운 건 모두가 똑같았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SF 장르에 꽂혀서 덕질하는 무리가 생겼다.
호프 공식에서 던져준 건 이 관계도 하나다.

관객의 해석을 극대화로 끌어올린다는 측면에서 성공한 작품인걸까.
노래도 그렇고, 영화도 그렇고, 콘텐츠는 예상치 못한 변주가 들어왔을 때의 재미가 관건인데 호프는 그 정점을 찍은 것 같다.
자칫하면 너무 많은 것을 한 번에 보여주려 했기에 이도 저도 아닐 수가 있는데, 각 장르에서 나쁘지 않게 구현했다 보니 사람들도 이 반전을 머릿속으로 어떻게든 이해해보고자 자꾸 생각하게 된다.
소녀시대 I Got A Boy를 처음듣던 날이 생각난다. 영화계의 믹스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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