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6년의 첫 책이다. 연초는 마음이 여유롭다. 쉽게 손이 가지 않는 특이한 책을 읽게 된다. 사전지식 전혀 없이 제목만으로 끌리는 책들이다.
[호흡이 경시된 삶]
호흡은 삶이다. 우리는 들숨을 통해 산소를 몸으로 흘려보낸다. 산소는 헤모글로빈이라고 불리는 단백질에 자리잡는다. 혈액은 조직과 근육을 통과하면서 배고픈 세포의 이산화탄소를 받고 산소를 내준다. 이산화탄소는 폐로 돌아와 날숨으로 내뱉어진다. 몸속의 모든 건강한 세포는 산소를 연료로 쓴다. 호흡이 줄어들면 연약해진다. 호흡을 멈추면 죽는다. 호흡은 우리의 생명줄이다.
마음을 가다듬기 위해서는 숨을 천천히 들이쉬고 내쉬어라. 운동할 때 더 큰 효과를 얻기 위해서는 호흡을 신경 써서 해라.
호흡은 특별한 상태를 달성하기 위한 부가적인 수단으로 남아있었다. 하지만 호흡은 목적이 돼야 한다. 그만큼 중요하다.
책 서론에 저자는 이 책을 읽으면서 내가 의식적으로든 무의식적으로든 호흡을 하게 될 것이라고 언급한다.
실제로 무의식적으로도 -당연하게도, 안 하면 죽으니까- 호흡을 하고, 의식적으로도 책에 언급된 기법에 따라 호흡을 했다.
의식하여 숨을 들이쉬고 내쉬는 건 신기한 경험이었다.
[입 호흡을 줄이자]
입 호흡이 나쁘다는 생각은 단 한 번도 해본적이 없다. “코로 들이쉬고 입으로 내뱉어라 (습습 후후)”는 운동 호흡법의 정석이기도 하다. 운동할 때도 항상 입으로 내뱉었다.
이 책의 첫 장은 저자가 몸소 실험까지 해가며 입 호흡이 주는 불이익을 역설한다. 챕터를 읽다 보면 나도 모르게 코로만 숨을 쉬게 된다.
잘 때도 의식적으로 입을 닫고 코로 호흡했다. 놀랍게도 기분이 상쾌했다. 수면의 질도 오른 것 같고, 유산소를 할 때도 좀 더 편했다.
저자처럼 전자기기를 주렁주렁달고 내 신체 지수를 측정한 것은 아니지만, 그냥 체감상으로 말이다.
코는 대단한 기관이다. 코의 점막은 인체의 첫 방어선이다. 코 내부 수백만 개의 섬모는 외부 유해 물질을 정제하고, 폐가 더 많은 산소를 얻을 수 있도록 공기를 조절한다.
코가 크면 성기가 크다는 낭설이 있다. 이 책을 보고 이게 순 헛소리가 아니라는 걸 알았다. 코도 발기한다고 한다. 코 내부는 음경과 클리토리스, 유두를 덮고 있는 조직과 동일하다. 코 역시 몇 초 만에 혈액이 채워져 크기가 커지고 딱딱해질 수 있다. 코는 다른 어떤 기관보다도 성기와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고, 그래서 흥분하면 코피가 나기도 한다. (p.74)
이 책에는 이 외에도 몇 가지의 뚜렷한 가이드를 준다. 천천히, 길게 호흡하라. 의식적으로 턱 관절을 사용하는 저작 운동을 하라. 투모 호흡과 같이 과호흡을 유발하는 불규칙적이고 역동적인 운동형 호흡을 하라.
아직 마지막 두 개는 선뜻 따라할 마음이 들지 않는다. 저작 운동은 심미적인 부작용을 초래할까봐, 역동적 호흡은 단순 호흡이 아닌 추가적인 투자 비용이 들어서 귀찮아서다. 몇 년 뒤에는 바뀔지 모르겠다.
[호흡-꾸준하고 지속적인 관리의 시작]
작가는 에필로그에서 호흡이 만병통치약이 아님을 강조한다. 현대의학의 힘을 빌려야 하는 질병은 많다. 작가 자신도 림프절 감염을 호흡법 개선이 아닌 수술을 통해 해결했다.
하지만 만성 질환을 해결하는 데 있어서 호흡의 힘은 크다. 흔히들 만병의 근원은 스트레스라고 한다. 스트레스 관리는 급한 불을 끄는 타이레놀로 해결될 수 없다. 스트레스는 꾸준하고 지속적인 관리를 통해 해결된다. 호흡은 스트레스 관리를 위한 첫 단추이다. 올바르고 적합한 호흡법은 삶의 질과 정신력을 올린다.
숨쉬기는 단순한 생화학적 또는 육체적 행위 이상이다. 단순히 횡격막을 아래로 내려 공기를 흡입해, 배고픈 세포를 먹이고, 노폐물을 제거하는 것 이상이라는 뜻이다. 매번 숨을 쉴 때마다 우리 몸에 들어오는 수많은 분자는 한결 더 미묘하면서도 중요한 구실을 한다. 이 분자들은 체내의 거의 모든 기관에 영향을 미치며, 각 기관이 언제 기능하고 언제 쉬어야 할지를 알려 준다. 심박수와 소화, 기분, 태도에 영향을 미치며 흥분이나 메스꺼움을 일으키기도 한다. 숨쉬기는 자율신경계라고 불리는 방대한 네트워크의 전원 스위치다. (P.207)
[총평. 천천히, 더 적게, 코로 호흡하는 1월]
26년의 첫 달은 호흡법이 살짝 변한채 시작한다. 모두 책 덕분이다.
저자는 이 책을 완성하기 위해 꼬박 10년이 걸렸다고 한다. 참 짧은 책이라도 그 책을 완성하기까지의 노력은 어마무시하다고, 좋은 책을 읽을때마다 느낀다.
별점은 4점을 줬다. 비슷한 류의 탐사보도책을 몇 번 접하다보니(편안함의 습격, 미술관에 간 스파이) 패턴이 읽혀서 구조의 신선함이 떨어졌다.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5점을 주기 힘들어질까? 그렇게 변하는 내 모습도 참 재밌겠다.
이런 과학 커뮤니케이션 류의 글을 보면 전달력의 중요성을 느낀다. 최근 정희원 교수의 불륜 스캔들이 화제다.
정희원이 디스패치와 해명 인터뷰를 하며 본인을 고소한 여성의 트위터 운용력에 매력을 느꼈다고 밝힌다.
실제로 그 여성이 코칭해준 글이 훨씬 읽기 좋다. 같은 정보라도 어떻게 전달하느냐에 따라 대중에게 다가가는 파급력이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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