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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2025

존 오브 인터레스트 (2024)

by 방황하는물고기 2025. 3. 10.


  비행기에서 좋은 영화를 보곤 한다. 이것도 그 중 하나다.

[서로의 이득만을 탐하는 공간]
사람은 누구나 자신이 원하는 것만 취한다. 고기를 먹을때는 그 풍미와 육즙을 느끼지 뒤에서 죽어간 동물들을 생각하지 않는다. 누군가의 해고는 나의 승진이고 환율이 오르면 달러 계좌는 두둑해진다. 이 영화는 제 2차 세계대전 당시의 아우슈비츠 수용소를 배경으로 한다. 전쟁이 막바지로 치닫으며 독일이 발악을 하던 1943년 경이다. 영화는 특이하게도 수용소의 책임자인 독일인 루돌프 회스를 주인공으로 한다. 그에게 아우슈비츠는 내 가족이 안위를 누리는 아름다운 정원이다. 영화 제목인 The Zone Of Interest도 나의 이득만을 탐하는 공간을 뜻하는 것 같았다. 찾아보니 과거 아우슈비츠 일대 나치 친위대가 살덬 구역을 실제로 저렇게 불렀다고 한다.  ‘관심 지역, 금전적인 이익이 되는 지역’ 이라는 뜻이란다.
실제로 루돌프는 가족들에게 잘했다고 한다. 밖에서는 매일 1만명의 유대인을 죽이고 집으로 돌아와서는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주는 아빠였다.

[악인과 우린 얼마나 닮았을까?]
한나 아렌트가 제시한 악의 평범성에 따르면 지독한 싸이코패스가 아닌 평범한 사람도 엄청난 악행을 저지를 수 있다. 약간의 도덕성 결여가 고삐가 풀려 끔찍한 결과를 낳는다. 영화에서 보이는 루돌프 가족은 행복해 보인다. 서로를 아끼고 평화로운 일상을 보낸다. 영화는 일부러 그들에게 고통받는 이들의 모습을 그리지 않는다. 피해자는 타자화도 아닌 소품화가 된다. 피해자들은 구석에 비치되거나 아예 씬에서 사라져 관객의 시선을 이끌지 못한다. 관객은 루돌프의 입장에서 홀로코스트를 체험한다. 루돌프인 나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내 권력과 집을 지키는 것 뿐이다.

[추악함을 견딜 때 악인이 된다]
그들의 추악함을 잊을 수 없게 하는 몇 가지 장면들이 나온다. 루돌프가 유대인을 성폭행한 뒤 자신의 생식기를 물로 벅벅 닦는 모습. 루돌프의 아내가 유대인 하녀에게 너같은 거 없애버릴 수 있다고 협박하는 모습들이다. 앞서 보인 텃밭을 가꾸고 아기를 돌보는 모습들과는 상반되는 악인의 모습이다. 우리가 악인이 되지 않으려면 추악한 내 모습을 깨달아야 한다.

중간중간에 흑백 영상으로 곳곳에 사과를 숨기던 소녀가 무엇을 뜻하는지 궁금했다. 찾아보니 아우슈비츠에 살면서 저항운동을 했던 실존 비유대인이라고 알렉산드라 라고한다. 영화 포스터를 보면 루돌프 가족은 따사로운 초록색 잔디밭인 반면 하늘은 새까만 검정색이다. 자신 관심 밖의 영역이기 때문이다. 내 영역이 아닌 까만 공간에서 알렉산드라는 다른 이들을 위해 뛰어다닌다. 내 영역을 벗어나 상대를 챙기는 것. 그것이 악인과 우리를 가르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