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어 제목보다도 원제가 더 와닿는다. All the beauty in the world. 아름다움의 대명사라 할 수 있는 미술품들 사이에서 인생의 아름다움을 찾는다.
이 책은 ‘고귀한 것과 평범한 것 모두에서 기쁨을 찾는 슬픔에 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인생에 대한 의지와 목표를 잃던 주인공은 도피성으로 단순 반복적인 직업을 선택한다. 미술관 경비원이다.
경비원은 따분하고 지루한 직업이다. 말 그대로, 머리를 쓰지 않는 단순 노동이다. 같은 맥락에서 책 ‘편의점 인간’이 떠올랐다. 살고는 싶지만 사회생활은 피하고 싶은 주인공이 택할 법한 일이다.
하루가 끝난 후 86번가에서 지하철을 탄 나는 우물처럼 샘솟는 연민의 마음으로 동승자들을 둘러본다. 평범한 날이면 낯선 사람들을 힐끗 보며 그들에 관한 가장 근본적인 사실을 잊어버리기 일쑤다. 그들이 나만큼이나 실존적이고 승리하고 또 고통받았으며 나처럼 힘들고 풍요롭고 짧은 삶에 몰두해있다는 사실을.
여기서 '연민의 마음'이라는 표현이 참 와닿았다. 타인들도 자세히 보면 연민의 대상이고 그들의 고통과 기쁨을 양껏 누리는 존재들이다.
결국 저자도 세상에서 숨기 위에 들어간 폐쇄된 공간 속에서 사람에 대한 아름다움을 찾는다.
예술과 사람들은 그에게 다시 삶의 의지를 불어 일으킨다. 그는 겨국 경비원을 그만두고 자신의 개성을 살릴 수 있는 일을 다시 시작한다.
마지막 12 챕터가 가장 인상깊었다. 거장 미켈란젤로와 가난한 미국 시골 노인 할머니들이 만든 퀼트에서 공통점이 있다.
바로 두 작품 모두 반복적인 일상 작업으로 탄생한 것이라는 사실이다. 그 엄청난 작품들은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것이 아니다.
미켈란젤로는 끊임없이 불평을 하면서 꾸준히, 한땀 한땀, 성실하고 끊기있게 작품을 만들었다. 전혀 즐겁게 그리지 않았다. 그 위대한 천지창조도 손바닥만한 조르나타 한조각 한조각이 모여 만들어진 결과다.
퀼트는 자신과 아이들을 따듯하게 하기 위해 버리는 천을 엮어 만든 하찮은 이불이다. 그러면서 그 자체로 예술이다.
가장 위대한 예술 작품은 자신의 상황에 갇힌 사람들이 아름답고,유용하고, 진실된 뭔가를 만들기 위해 조각조각 노력을 이어 붙여 만들어가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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