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으로서의 소설가(2015) 리뷰 ⭐️⭐️⭐️.⭐️

좋은 작품을 만들기 위한 마음가짐을 알려주는 책이다.
창작은 고되다. 번뜩이는 아이디어로 짜잔-하고 작품이 탄생하진 않는다.
예술은 한 벽을 완성하기 위한 미장질과 같다. 귀찮고 번거롭다. 미켈란젤로의 위대한 천장화도 수천개의 판화가 모여 완성됐다.
놀이가 아닌 직업은 의무감과 책임감을 가지고 꾸준히 해야한다. 이 귀찮은 일은 무라카미 하루키는 어떻게 하고 있을까?
하루키는 예술을 업으로 삼고싶은 사람들에게 단단히 이른다. 지치지 말고 꾸준히 집중해서 창작해라.
하루키는 소설가가 된 후 몇십년 동안 규칙적인 생활을 유지하고 있다. 매일 아침 죽이되든 밥이되든 20매 정도의 문장을 쓴다. 그리고 운동을 한다.
하루키의 지속력을 뒷받쳐 주는 건 체력이다.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싶은 이야기‘에서 처럼 그의 꾸준한 운동과 루틴한 창작은 유기적으로 이어진다.
체력은 엉덩이 힘뿐만 아니라 정신적인 힘을 기르는데도 중요하다. 작가는 본인의 어둠 속에서 소설에 필요한 양분을 찾아내 의식의 상부 영역으로 되돌아온다.
그것을 형태와 의미를 가진 문장으로 전환해나간다. 이 때 본인의 트라우마를 건드리기도 하고, 타인의 고통에 감응할 수도 있다. 이 어둠의 힘을 대항하는데도 피지컬한 강함이 필요하다.
기초 체력이 몸에 배도록 할 것. 다부지고 끈질긴, 피지컬한 힘을 획득할 것. 자신의 몸을 한편으로 만들 것. (p.181)
운 좋게 성공한 사람은 없다. 시작은 운일지라도 그걸 이어가는 건 본인의 노력과 꾸준한 아웃풋이다.
행운이란 말하자면 무료 입장권 같은 것입니다. 유전이나 금광과는 성격이 다릅니다. 그 입장권이 있으면 당신은 행사장 안에 들어갈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다음에 어떤 행동을 취할지, 거기서 생기게 될 몇 가지 장애물을 어떻게 뛰어넘을지, 그건 어디까지나 개인의 재능이나 자질이나 기량의 문제입니다. (p.197)
하루키가 본인의 하루 작업량이 20매라고 하면서 더 쓰고 싶더라도 멈추기도 한다는 말에는 그렇게까지 해야하나?하고 고개를 갸웃했다.
하루키는 자극으로부터 본인을 의식적으로 떨어뜨려둠으로써 예술에서 얻을 수 있는 도파민을 극대화 하는 것 같다.
창작이 항상 즐겁지는 않지만 즐거운 순간이 분명 있다. 하면 내 안에 있는 것인 뭔가를 믿고 그것을 키워낼 가능성을 꿈꾸는 일에 마음이 벅차는 순간.
아무렇지 않은 평범하고 잔잔한 나날들일 때 저 감정이 더 크고 행복하게 느껴진다. 그것이 예술을 계속할 수 있는 동력이다.
자극에서 멀어지는 삶이 좋은 작품을 만들기 위한 조건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100명의 작가가 있다면 100명의 글쓰기 방법이 있다. 미친듯이 창작하다가 번아웃으로 앓아 눕기도 하고, 본능에 따라 본인을 쏟아 붓고 또 침전하면서 좋은 작품을 만드는 예술가도 분명 있을 것이다.
하지만 역시 ‘직업’으로서의 예술로는 나도 하루키의 방식에 마음이 간다. 꾸준히, 집중해서, 매일매일 조금씩 하자. 그리고 많이 읽자.
번외1.
인간관계를 ‘수용’ 과 ‘교환’의 스테이지로 나누는 사람들이 있다. 하루키도 그렇다고 한다. 내성적이고 겁이 많은 사람의 특징인 것 같다.
나를 안 보여주고 최대한 상대방이 하는 말을 듣기만 하다가, 믿을 수 있다- 혹은 믿고 싶다 라는 마음이 들면 내 얘기를 의식적으로 꺼낸다.
번외2.
하루키에게는 ‘트집 잡힌 부분이 있다면 무엇이 어찌 됐건 고친다’는 규칙이 있다고 한다. 비판을 수긍할 수 없더라도 지적받은 부분이 있으면 그곳을 처음부터 다시 고쳐 쓴다. 지적에 동의할 수 없는 경우에는 상대의 조언과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고치기도 한다. 하루키는 읽은 사람이 어떤 부분에 대해 지적할 때, 지적의 방향성은 어찌 됐건 거기에는 뭔가 문제가 내포된 경우가 많다고 생각한다. 나도 적용할 수 있는 테크니컬한 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