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2026

비밀 속의 비밀(2026) 책 리뷰 ⭐️⭐️⭐️ - 스포포함

방황하는물고기 2026. 5. 6. 23:21

 

[재미를 위한 독서]

애인이 패키지가 너무 예쁘다며 산 책이다. 

이동진은 재미를 위한 독서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정보를 얻기 위해 혹은 허세를 부리기 위해 책을 읽는 것은 목적 독서이다. 그러므로 그 목적이 사라지면 독서를 할 이유도 없어진다. 하지만 재밌으니까 책을 읽는다면 책 읽는 것 자체가 목적이니까 오래오래 즐길 수 있다. 

 

성인이 된 후로 보통 목적 독서를 한다. 싫은 걸 해야 얻는 게 많다고 생각한다. 이 책도 평소라면 우선순위에서 밀려 핸드폰 없이 화장실에 갇혀있을 때나 읽었을 것이다. 애인에게 좋은 인상을 주고싶어 읽게 된 비밀 속의 비밀은 재밌었다. 댄 브라운은 하루 이틀동안의 급박한 타임라인에 여러 인물과 사건을 임팩트 있게 때려박는다. 전개가 빨라 흡입력 있게 페이지를 넘기게 된다. 중학생 때의 나는 다빈치 코드를 밤새 재밌게 읽었다. 책으로 재미를 느끼는 걸 왜 기피했을까? 실용성과 효용성에 집착해서 중요한 것을 잊고 있었다. 이 책은 읽는 재미의 소중함을 새삼 깨닫게 해줬다.

 

시청각 자극에 홀려 활자의 재미를 잃어버리는 나, 현대인은 반성하라!

 

[음모론의 대가-현학성과 대중성을 모두 사로잡다]

'이 소설에 등장하는 모든 예술 작품, 유물, 상징, 문서는 진짜다. 모든 실험, 기술, 과학적 기술은 사실 그대로다. 이 소설에 나오는 모든 조직은 실제로 존재한다.' (p.9)

 

 댄 브라운은 실제 사실들을 교모하게 엮어 피상적이지만 그래도 그럴듯한 음모론을 스토리로 풀어내는 재능이 있다. 과학자들이 모든것을 알고 있는 사람처럼 보이는 인간의 심리를 절묘하게 이용한다.

 

이 책은 미국 국방정보국(DIA)이 1978년부터 1995년까지 주도한 초능력 관련 비밀부대와 그 부대에서 행해진 일련의 실험인 '스타게이트 프로젝트'이 흑막이다. 뭇 대중문화의 모티프가 되었다고 한다. 누구보다 냉정하고 합리적일 것 같은 정부가 심도 깊게 초능력을 조사한다는 사실이 기이하면서도 흥미를 사로잡는다. 실제로는 유의미한 결과가 없다고 판단하여 프로젝트를 종료하고 대중에게 내용을 공개했다는 어이없는 결말이지만 창작자에게는 귀중한 역사적 떡밥이다. 

 

비밀 속의 비밀은 인간의 뇌를 수신기로 비유한다. 뉴런간의 신호를 억제하는 '감마 아미노부티르산' 이 신호를 억제하는 기제이며, 이 기제의 고삐가 풀리면 인간의 뇌는 한계를 넘어 다양한 감각을 수용할 수 있고, 스타게이트 프로젝트가 갈망하던 원거리 투시도 가능해진다는 가정이다. 그리고 이걸 여러 과학적 근거를 들며 보충한다. 

 

책을 읽으면서도 '실제로 이런 실험이 있었어?' 라며 놀란 것들이 있다. 예를 들어 대릴 뱀의 <미래 예측하기> 논문이다. (p. 2권 17) 그 실제 논문에 따르면 참가자들은 둘 째날 보게될 단어들을 이미 첫 번째 날에 더 잘 외우고 있었다고 한다. 인간은 미래에 대한 예감을 갖고 있다는 주장이다. 찾아보니 이 논문은 병적 과학-과학자가 자신의 믿음에 대한 편향이 생겨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결과를 이끌어내는 현상-의 극명한 예씨라고 한다. 심지어 JPSP라는 저명하고 유서깊은 저널에 게시되었는데, 고급 저널임에도 불구하고 초능력의 존재를 옹호하는 논문이 리뷰를 통과했다는 사실이 경악받을 일이라고 한다. (심지어 20세기도 아니고 2011년에 발표되었다.)

 

과학자들이 과장을 하면 죄지만 예술가의 과장은 죄가 아니다. 댄 브라운이 가볍게 인용하는 과학적 사실들이 스토리를 충만하게 만드는 것에 눈살이 찌푸려지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책이 초반부터 사실주의를 표방하기 때문에 불러일으킬 수 있는 오해들이 자칫 잘못하면 왜곡된 사실로 독자 머리에 심어질 수 있다는 불안함 때문일거다.

 

[흠 모먼트]

책을 읽다보면 생각하게 하는 부분들이 있다. 

 

어떠한 이유로든 죽음을 두려워 하지 않는 사람들이 더 자비롭고, 타인을 더 잘 수용하고, 이타적이고, 환경을 아끼는 경향이 있다는 거예요. (p. 461)


굉장히 파격적인 주장이다. 죽음이 있기에 우리는 삶을 더 아끼고, 법을 존중하고, 타인에게 보여지는 내 이미지를 관리하고 유한한 생물들을 사랑하게 된다고 생각한다. 죽음이 사라진 삶은 과연 더 긍정적일까 부정적일까?  

 

[창작에 참고할 점]

- 타임라인을 촉박하게 잡아라

- 그럴듯한 설명을 던져주고 그게 아니게 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