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2024

이반일리치의죽음(1886)

방황하는물고기 2024. 8. 8. 23:38

"죽음을 시시각각 인식한 삶은 신의 삶이고, 망각한 삶은 동물의 삶이다. “ 톨스토이


죽음과 관련된 톨스토이의 단편을 엮은 책이다. 1840년대부터 1880년대까지 각 작품이 쓰여진 시대가 다양하다.
나는 책을 볼때 그 책이 쓰여진 시대를 주의깊게 본다.
시대가 집필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톨스토이는 말년에 특히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 컸다고 한다.
나도 어릴 때 엄마가 나보다 먼저 죽을까봐 무서워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죽음은 누구에게나 닥치지만 언제 올지 모른다. 연기된 사형 선고를 기다리는 죄수의 입장이다.

현대 사회에서는 다양한 도파민의 숲에서 자신을 덮치는 불안감을 모른척 할 수 있다.
그런 미디어가 없던 1880년대, 그 중에서도 감수성이 풍부한 작가들은 인간의 원초적인 공포를 그대로 느꼈을 것 같다.

예나 지금이나 부와 권력은 죽어서 소용이 없다는 관념은 비슷한 것 같다.
이 책에 나오는 귀족들은 특히 그러하다. 오히려 돈이 없어 가죽이 다 떨어진 장화에 짚을 넣어 추위를 피하는 빈곤한 농민들이 죽음을 굳건히 받아들인다.

이반 일리치와 다른 귀족들은 죽음이 목전에 와서야 미래만 쫓던 본인의 삶을 후회했다.

150년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법칙이다. 있을 때 잘하자, 현실에 충실하자.
그럼에도 우리는 왜 계속 미래를 기약하며 소중한 것들을 놓치는 걸까.

인간은 살아남기 위해 겨울을 위한 식량을 비축해야 하지만,
내일이 있을 거라는 막연한 환상과 믿음은 오늘을 포기하게 한다.